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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의 소식

제목
[칼럼] 스타일 더 구기기 전에 - 정구영 권사
출처
민족복음화 신문 202호 (3월15일)
날짜
2006년 3월 23일 목요일
조회수: 4302
뉴스아주 아주 오래 전, 눈이 하얗게 쌓인 어느 추운 겨울밤에 젊은이들이 궁벽한 산골 마을의 사랑방에 모여 앉아 밤늦도록 도박을 하고 있었다. 추위와 허기에 지친 한 나그네가 반짝이는 불빛을 따라 간신히 사랑방 가까이까지는 왔으나 너무 지친 나머지 기절해 버렸다. 결국은 꽁꽁 얼어죽고 말았는데 마침 소변을 보러 나온 한 젊은이가 이 사람을 발견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모두 나와 힘을 합하여 얼어죽은 시체를 사랑방 아랫목에 뉘였다. 그러나 이들은 난처한 이 사건에 말려들지 않으려고 한 젊은이를 몇 십 리 떨어져 있는 파출소까지 신고를 하러 보냈다. 그리고 사람들은 계속하여 도박에 정신이 팔려 있었는데 얼어죽은 줄 알았던 그 행인이 다시 살아났다. 이 행인은 자기를 살려 준 이 사람들에게 감사하기는커녕 자기의 주머니에 있던 돈 몇 푼을 혹여 뜯길까 염려하여 몰래 줄행랑을 치고 말았다.

한참 후 아랫목에 놓아 두었던 시체가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노름꾼들은 더욱 난처하게 되었다. 이 추운 날 순경을 놀린 것으로 오해를 받으면 더욱 큰일이다 싶었기에 머리를 맞대고 의논을 하니 의견이 분분해졌다. 왈가왈부한 끝에 아무 시체면 어떠냐 싶어 최근 초상이 나 시체를 묻은 묘를 파내어 엉뚱한 시체를 갖다 놓았다.

드디어 순경이 도착하였다. 그러나 아무리 보아도 얼어죽은 시체가 아닌지라 수상쩍게 여긴 순경이 노름꾼들을 다그치니 별수없이 진실을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그 시체의 귓속에는 대못이 박혀 있었는데 수사 결과 그 대못은 죽은 사람의 아내가 은밀하게 정을 통한 남자와 짜고 잠든 남편의 귀에다 대못을 박아 살해한 뒤 장례까지 치른 사건이었음이 밝혀졌다. 장례까지 무사히(?) 치렀으니 정말 쥐도 새도 모르는 완전 범죄로 생각하고 정부와 더불어 천년만년 잘 먹고 잘 살려고 했던 잔악한 여인은 결국 쇠고랑을 차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사건이 엉뚱한 곳에서 시작되어 엉뚱한 곳으로 흐른 것 같으나 죄는 반드시 드러나게 되어 있다는 만고의 진리를 또 한 번 확증시켜 준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감추인 것이 드러나지 않을 것이 없고 숨은 것이 알려지지 않을 것이 없느니라"(마 10:26)고 했다. 얕은 꾀를 내어 보지만 그것은 마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타조는 잘 날지 못하는 덩치가 큰 새이다. 그러나 달리기로 말하면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빠른 속도로 달린다고 한다. 그런데 이 타조가 형편상 여의치 못하면 달리기를 멈추고 엉덩이를 하늘로 쳐들고 머리를 모래 속에 파묻는다고 한다. 그 모습을 상상해 보면 덩치 값도 못하는 것 같아 보는 이가 오히려 민망하기도 하지만 그 천진스러운(?) 어리석음이 귀엽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머리만 모래 속에 파묻고 보지 않는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오히려 의젓한 타조 스타일만 구긴 셈이 아닌가!

그러나 생각해 보면 스타일을 구기는 존재가 어디 타조뿐이겠는가? 사람도 이에 못지 않은 존재이다. 예나 지금이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려보겠다는 무모한 시도들을 곧 잘 하고 있으니 말이다.

인간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여전히 완전 범죄를 꿈꾸며 갖가지 악을 행하기에 부지런하다. 인류 최초의 살인자라고 불리우는 가인도 하나님께서 자신의 제사는 받지 않고 동생 아벨의 제사만 받은 데 분노하여 아벨을 쳐 죽였다. 아무도 본 사람이 없으니 완전 범죄라고 생각한 가인에게 뜻밖에 하나님께서 아우가 어디 있느냐고 추궁하셨다. "내가 아우를 지키는 자니이까"라고 되받아치며 퉁명스럽게 내뱉는 가인에게 하나님은 "네 아우의 핏소리가 땅에서부터 내게 호소하느니라"고 말씀하셨다.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자라는 극찬을 들은 다윗도 전쟁에 나가 있는 부하의 아내를 취하고자 계략을 꾸몄지만 예상치 못했던 엉뚱한 방향으로 사건이 전개되어 갔다. 밧세바가 잉태했다는 소식을 듣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간음죄를 은폐하고자 했지만 오히려 죄가 죄를 낳는 형상이 되어 급기야는 간접 살인까지 불사하는 악을 행하게 되었다.

그러나 구중궁궐에서 은밀하게 행해진 죄악들이 나단 선지자를 통하여 눈으로 본 듯 손으로 만져진 듯 추궁해 들어왔으니 다윗 왕이 얼마나 놀랐을까?

"화 있을진저 자기의 도모를 여호와께 깊이 숨기려 하는 자여 그 일을 어두운 데서 행하며 이르기를 누가 우리를 보랴 누가 우리를 알랴 하니 너희의 패리(悖理)함이 심하도다"(사 29:15-16)

그러니 누가 우리를 보고 누가 우리를 알랴 하며 죄를 은폐하고자 할수록 엉덩이를 하늘로 쳐들고 머리만 모래 속에 파묻은 우스꽝스러운 타조처럼 점점 더 스타일만 구기게 될 뿐이다. 그러나 더 심각한 것은 스타일 구기는 정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누구든 예외 없이 인간은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 서야 하는데, 그때는 모든 행위와 모든 은밀한 일, 심지어는 심중에 이른 말까지도 다 드러나 선악 간에 심판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전 12:14).

그러니 어찌하겠는가. 너 나 할 것 없이 용서하시는 하나님, 자비하신 그분께 자수하여 광명 찾고 예쁜 짓만 골라서 해 봄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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