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응답서비스

창세기 강해

제목
창세기 강해(90)  [창 4:17-23]
설교자
이재록 원로목사
등록일
2012.07.06
가인은 동생을 죽인 일로 인해 ‘땅에서 유리하는 자’가 되는 징벌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부모님과 함께 살던 곳을 떠나 낯설고 황량한 땅으로 가야 했지요. 그가 새롭게 정착한 놋 땅은 아담과 하와가 있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그곳은 불모지였기에 아무리 잘 일군다 해도 소산을 많이 얻을 수 없는 땅이었지요. 이러한 새 환경에서 가인이 어떻게 그 삶을 이어갔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새로운 정착지에 성을 쌓고 삶을 이어간 가인 (17절)

창세기 4장 17절에 가인이 “아내와 동침하니 그가 잉태하여 에녹을 낳은지라 가인이 성을 쌓고 그 아들의 이름으로 성을 이름하여 에녹이라 하였더라” 했습니다. 이 말씀을 통해 우리는 당시 가인이 가진 지혜와 지식수준을 알 수 있습니다. 바로, 가인은 규모가 아주 웅대하지는 않지만 ‘성’을 쌓았다 했지요. 이런 건축물을 세웠다는 사실은 아담으로부터 받은 지혜와 지식이 있었음을 알려 주지요.

아담은 에덴동산에 살 때 이미 매우 수준 높은 문명을 누리고 이 땅에 내려온 후 자녀들에게 지식을 전수했습니다. 그 결과, 이 땅에서도 얼마 정도 시간이 흐르자 ‘문명’이라 일컬을 수 있는 작용이 생겼습니다. 물론 에덴동산에 비해서는 그 수준이 매우 뒤떨어졌지요.

그렇지만 우리가 기억할 점은 인류문명의 초기에 인류의 조상들이 미개인처럼 산 게 아니었습니다. 가인은 새로운 정착지에 성을 쌓고 성의 이름을 에녹이라 붙였습니다. 이 ‘에녹’은 가인의 아들이지요. 창세기 5장에 등장하는 죽음을 보지 않고 들림 받은 에녹과는 다른 인물입니다.

2. 가인의 계보를 성경에 기록한 이유 (18~19절)

창세기 4장 18절부터는 가인의 계보가 나오는데 가인의 후손들은 ‘하나님의 선민’이라는 범주에 들지 못합니다. 하나님의 선민은 아브라함-이삭-야곱으로 이어지면서 야곱의 열두 아들을 통해 형성되었지요. 다시 말해, 아브라함은 가인의 후손이 아니요, 아담의 또 다른 아들인 셋의 후손입니다.

따라서 가인의 후손들은 인간 경작의 무대에서 주인공이 아니요, 주변 인물과 같은 역할을 감당했습니다. 또한 가인의 계보는 노아의 홍수 때 끝이 났습니다. 당시 노아와 그의 가족들만 살아남았는데, 노아 역시 셋의 후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하나님께서는 왜 이처럼 별로 중요치 않은 가인의 계보를 성경에 기록해 두셨을까요? 성경에는 의미 없는 기록이 하나도 없지요.

가인의 계보에 오른 사람들은 지금으로부터 6천 년 전부터 약 5천 년 전 사이에 살았던 실제 인물들입니다. 그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성경에 기록돼 있다는 사실은 성경이 참임을 증명하지요. 그래서 많은 고고학자들도 연구를 하거나 어떤 지역을 탐사 및 발굴할 때에 성경을 필히 참고한다고 합니다.

우리는 가인의 계보를 통해 하나님께서 그에게 “누구에게든지 죽임을 면케 하시니라”고 약속하셨던 바를 지키셨음도 알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가인은 자자손손 대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가인의 계보는 인류학적으로도 중요한 사실을 알려 줍니다. 인류 초기에 어떻게 사람들이 번성하고 문명이 발달했는지를 알 수 있지요.

창세기 4장 18절에 “에녹이 이랏을 낳았고 이랏은 므후야엘을 낳았고 므후야엘은 므드사엘을 낳았고 므드사엘은 라멕을 낳았더라” 했습니다. 가인의 1대손부터 이름이 나오는데 이들은 주로 장자였거나 대를 이은 아들이었습니다. 따라서 성경에 기록은 없지만 훨씬 많은 후손이 있었음을 알아야 합니다. 인류 초기에는 사람들이 지금보다 자녀를 훨씬 많이 낳았습니다. 그래서 인구가 매우 빠르게 증가하다가 어느 시점부터 그 속도가 더욱 가속화 됩니다.

창세기 4장 19절이 바로 그 시점을 알려 주는 말씀입니다. “라멕이 두 아내를 취하였으니 하나의 이름은 아다요 하나의 이름은 씰라며” 기록된 대로 이전까지는 한 남자에게 한 아내가 있었는데 ‘라멕’은 두 아내를 취한 것입니다. 그 결과 자손도 두 배로 얻을 수 있었고 이것이 인구 증가 속도를 더 빠르게 한 요인이 되었습니다.

3. 라멕의 아들들에 관한 상세한 설명 (20~22절)

창세기 4장 20~22절에 “아다는 야발을 낳았으니 그는 장막에 거하여 육축 치는 자의 조상이 되었고 그 아우의 이름은 유발이니 그는 수금과 퉁소를 잡는 모든 자의 조상이 되었으며, 씰라는 두발가인을 낳았으니 그는 동철로 각양 날카로운 기계를 만드는 자요 두발가인의 누이는 나아마이었더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라멕을 기점으로 인류의 문명이 이전과 다른 차원으로 크게 발달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 한 예가 동철로 각양 날카로운 기계를 만든 것입니다. 이는 당시 이미 구리나 철 같은 광물자원을 채취하고 가공했음을 보여 줍니다. 이전까지는 나무나 돌로 연장을 만들었으나 이제는 구리나 철로 된 연장은 물론 각양 기계까지 만들게 된 것입니다.

이 시기 문명의 특징 중 하나는 업종이 특성화 됐다는 점입니다. 라멕의 아들 야발은 육축 치는 자의 조상으로서 전문 목축업자가 생겼습니다. 유발이라는 아들은 ‘수금과 퉁소를 잡는 모든 자의 조상’으로서 쉽게 말해, ‘예능인’이 출현한 것입니다. 이는 당시 사람들 사이에 일종의 ‘유흥문화’가 있었음을 나타내지요. 라멕의 아들 대(代)에서부터 음악을 즐기고, 활용하기 시작하여 이전과는 다른 수준의 문화가 형성된 것입니다.

기술직 분야에도 전문가가 출현했습니다. 바로 라멕의 또 다른 아들 두발가인이 구리와 철로 각종 연장과 기계를 만드는 기술자였지요. 이는 가인의 5대손이 살던 시대가 기술사적 시대구분 중 철기시대였음을 알려 줍니다. 오늘날 인류학자들은 학자마다 약간씩 이견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석기시대는 2백만 년 이상 지속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약 B.C. 3, 4천 년경부터 청동기시대가 시작되었다 하지요. 하지만 성경을 상고해 보면, 석기시대는 그렇게 길지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에녹이 태어난 해는 아담이 이 땅에 정착한 지 687년째 된 해입니다(창 5장). 가인은 아담의 대를 이은 아들인 셋보다 훨씬 일찍 태어났으므로 가인의 5대손이 살던 시기를 약 600년경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석기시대는 약 600년 정도에 불과하고, 지금으로부터 약 5400년 전에 청동 및 철기시대가 도래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성경을 상고하면, 초기 인류 역사와 그 발전 과정의 윤곽을 알 수 있습니다.

라멕 대(代)에 이르렀을 때, 인구도 많이 증가한 상태였습니다. 가인의 후손도 번성하여 부락이나 마을, 그 이상의 큰 집단을 형성했지요. 하나님께서는 아담의 정통 계보에 속하지 않은 가인의 후손도 번성케 하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인간 경작을 위한 환경이 어떻게 조성됐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이는 무슨 말일까요? 예컨대, 상대편이 있어야 경기가 이뤄지듯이 인간 경작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담의 정통 계보가 인간 경작에서 주류라면 비주류도 있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정통 계보 중에서도 아브라함의 자손들을 특별히 선택하셨습니다. 바로 이스라엘 백성들을 선민으로 뽑아서 인간 경작의 본보기를 삼고자 하셨지요. 그래서 이스라엘이 불순종을 하면 이방 민족을 들어 이스라엘을 침략케 하심으로 죄에서 돌이키게 하셨습니다(삼하 7:14). 인간 경작 설계도에는 선민 이스라엘뿐 아니라 이방민족들도 필요했다는 사실입니다.

본문 말씀에 해당하는 시기는 아브라함 출생 훨씬 이전으로 선민과 이방인의 개념이 없을 때였습니다. 그러나 아담의 정통으로 이은 후손들과 다른 후손들 사이에 세력 다툼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지요. 그때도 아담의 정통 후손들이 하나님의 뜻을 좇아 살면 하나님께서 보호해 주셨지만 그렇지 않으면 지켜 주실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면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만의 하나님이십니까? 아니지요. 모든 민족과 모든 사람의 하나님이십니다. 이러한 하나님의 마음은 성경 곳곳에 기록돼 있지요(롬 3:29, 엡 3:6).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유월절 규례를 주실 때, 이방인도 원하면 할례를 행한 후 유월절을 지키게 했습니다(출 12:48~49, 사 56:6~7). 한편, 이스라엘의 적국인 앗수르의 니느웨 백성들이 죄를 뉘우치고 회개했을 때 하나님께서 멸망의 심판을 유보해 주셨습니다.

예수님의 계보를 보면 이방 여인들이 들어 있습니다. 바로 룻과 라합이지요. 이를 통해 우리는 누구든지 하나님을 경외하고 믿으면 그 나라를 유업으로 얻을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선민이냐, 이방인이냐’가 아니라 ‘중심에서 하나님을 경외하는가’입니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볼 때, 하나님께서는 가인의 후손들에게도 인간 경작의 한 분야를 감당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셨음을 알 수 있습니다.

4. 라멕의 살인 사건이 일어난 배경 (23절)

창세기 4장 23절의 시대적 배경은 아담이 이 땅에 정착한 지 약 6백 년이 되었을 때입니다. 성경에는 인간 경작 초기 역사가 축약돼서 짧은 기간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600년 전 우리나라 역사와 비교해 보면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닙니다. 지금으로부터 620년 전(1392년)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개국한 일이 아주 옛날처럼 느껴집니다. 아담이 이 땅에 정착한 후 바로 이만큼의 시간이 흘렀을 때가 본문 말씀의 시대적 배경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두 번째 살인 사건이 나옵니다. “라멕이 아내들에게 이르되 아다와 씰라여 내 소리를 들으라 라멕의 아내들이여 내 말을 들으라 나의 창상을 인하여 내가 사람을 죽였고 나의 상함을 인하여 소년을 죽였도다” 했지요. 창상(創傷)이란 ‘날카로운 물건 등에 찢긴 상처’를 뜻하지요. 당시 사람들은 철로 된 도구를 사용했는데 때론 그 철재도구가 무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무기를 사용했다는 것은 싸움이 있었음을 알려 주지요.

당시 사람들은 부족별로 집단을 형성하여 부락 이상의 큰 단위로 거주했습니다. 그런데 집단의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부족 간에 권리와 이익을 주장하다 보니 마찰과 분쟁이 발생했지요. 그때에 라멕이 창상을 입은 것입니다. 당시 사람들은 양심이 선해서 이런 일도 우발적인 실수로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라멕은 소년을 죽여 버렸습니다. 이는 당시 사람들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매우 놀랍고 충격적인 일이었기에 이 사건이 성경에 기록된 것입니다.

그러면 여러분의 마음은 어떠한지 한번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하나님께서 인정하시는 선은 해를 가하는 사람에게 불편한 마음을 갖지 않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악은 모든 모양이라도 버리고 선한 마음을 가지면 기도 응답도 받고 축복이 넘칠 것입니다. 모든 성도님들이 하나님의 기쁨 되는 참 자녀로 변화되시기 바랍니다.

2012-07-09 오후 11:33:08 Posted
2012-09-21 오전 10:54:38 Updated

다음 글 창세기 강해(91) 이전글
이전 글 창세기 강해(89) 다음글
이전 페이지 인쇄하기 글자크게 글자작게